중세 유럽은 불결한 도시 환경과 각종 전염병으로 악명이 높았다. 특히 14세기 중엽에 유럽 인구의 약 3분의 1을 사망에 이르게 한 흑사병은, 단순한 질병이 아닌 사회 시스템 전반을 뒤흔든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런 재난의 이면에는 이름 없는 직업군이 있었다. 사람들은 흔히 기사, 수도사, 상인들을 기억하지만, 도시 곳곳에서 질병과 악취를 정리하던 '공기 청소부(air clearer)' 혹은 '위생 처리인'들은 대부분 잊혀져 있다. 이 글에서는 흑사병이 창궐하던 시대에 존재했던 공기 청소부의 역할, 업무 방식, 사회적 대우, 그리고 그들이 남긴 위생 행정의 기초에 대해 살펴본다.
흑사병과 도시 환경의 붕괴
중세 도시에는 하수도 시설이 존재하지 않았고, 거리에는 배설물과 동물 사체, 오물 등이 그대로 쌓였다. 특히 상하수 관리가 부재한 상황에서 인구 밀도는 급속히 증가했고, 이로 인해 흑사병과 같은 감염병은 빠르게 확산되었다. 이러한 환경을 어느 정도라도 제어하기 위해 각 도시 자치회는 ‘거리 정리 인력’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바로 공기 청소부다.
공기 청소부의 실제 업무
공기 청소부는 단순한 청소원이 아니었다. 그들은 사망자의 시신 처리, 동물 사체 수거, 악취 제거, 거리의 폐기물 소각, 일부 지역에서는 약초 연기를 피워 공기를 ‘정화’하는 임무까지 수행했다. 이들은 대개 빈민층에서 고용되었으며, 위험 수당을 받는 대신 사회적 천대와 외면을 동시에 겪었다.
공기 청소부의 직무 비교표
| 업무 유형 | 세부 내용 | 위험 요소 | 사회 인식 |
|---|---|---|---|
| 시신 처리 | 감염자 및 고아 무연고자 매장 | 질병 감염 위험 | 두려움, 혐오 대상 |
| 폐기물 제거 | 시장, 주택가 쓰레기 수거 | 쥐, 해충 노출 | 필요하지만 낮게 평가됨 |
| 공기 정화 | 약초 연기 피우기, 석회 살포 | 화학적 자극, 호흡기 손상 | 미신으로 치부 |
도시 행정 속 ‘보이지 않는 손’
공기 청소부는 도시 관리 시스템의 가장 아래층에 위치했지만, 그들의 작업은 감염병 확산을 저지하고 도시 질서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같은 대도시에서는 일정 구역을 지정해 청소 책임을 할당했고, 공기 청소부를 관리 감독하는 중간 관료가 존재했다는 기록도 있다.
공기 청소부의 잔재와 현대적 유산
공기 청소부의 활동은 점차 현대 위생 행정, 방역 시스템, 환경미화 인력 체계로 발전했다. 이들의 존재는 단지 노동력 이상이었다. 그들은 죽음을 감수하고 도시를 청소했으며, 무너지던 유럽 사회가 다시 일어서는 데 기여했다. 현대의 방역사나 도시환경학에서도 이들의 활동은 위생 행정의 기초 사례로 종종 언급된다.
결론
중세 유럽의 흑사병은 의학보다도 위생 개념의 부재에서 비롯된 재앙이었다. 그 와중에도 ‘공기 청소부’라는 이름 없는 인물들이 죽음의 도시를 걸으며 악취와 폐기물을 치웠고, 더 많은 희생을 막기 위해 몸을 내던졌다. 역사는 그들을 기록하지 않았지만, 도시가 다시 숨 쉴 수 있도록 만든 주역은 바로 그들이었다. 오늘날의 도시가 깨끗하게 유지되는 이유도, 어쩌면 그들의 헌신에서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